지난해 11월부터 세븐시즌스를 매달 방문하고 있다. 늦가을의 정원부터 초봄의 정원까지 매달 그 변화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색감이 빠진 정원 위에 흰 눈이 쌓였고 어느새 봄이 왔다. 3월의 정원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보리싸리에 보라색 꽃이 피었다
보리싸리에 보라색 꽃이 피었다

 

3월의 정원
3월의 정원은 붉은색이다. 정원사가 잣 껍데기로 정원 곳곳을 멀칭한 까닭이다. 지난달까지 남아있던 식물의 줄기들이 잘 정리되니 이 땅의 본래 모습이 드러난다. 처음 보는 민낯이다. 붉은 색감은 발그스름한 뺨처럼 땅 아래 가득한 봄의 생명력을 대변하는 듯하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정원을 한 바퀴 돌아본다. 이 공기 속에 분명히 봄이 있다. 여전히 차갑지만, 습한 기운이 봄 맞을 준비가 다 됐다고 기지개 켜는 땅의 숨결 같다. 멀칭 소재 때문인지 고소한 잣 향기가 난다.

정원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식물은 꼬랑사초다. 꼬랑사초는 강 주변의 바위 혹은 습한 산기슭에서 자라는 자생식물이다. 지난달 동그란 모습으로 전지된 모습이 귀여운 잔디 인형을 닮았었는데, 어느새 검붉은 이삭을 내밀었다. 김재용 세븐시즌스 정원사가 꼬랑사초를 소개하며 “사초류는 대체로 굉장히 강해요. 약간 습한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하는데, 건조한 땅에서도 강하게 자라요. 멋지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이 작고 귀여운 녀석도 정원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구나.

잣 껍데기로 멀칭해 붉은 정원
잣 껍데기로 멀칭해 붉은 정원
3월의 정원풍경
3월의 정원풍경
꼬랑사초에 검붉은 이삭이 올라왔다
꼬랑사초에 검붉은 이삭이 올라왔다

 

정원의 흙
이날 정원교육에서는 토양에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정원사는 “정원을 만들려고 할 때 무슨 식물을 심을지부터 고민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토양이에요. 먼저 우리나라의 기후와 토양부터 이해해야 해요. 저는 자갈층이 많아 배수가 잘되는 땅을 축복받은 땅이라고 표현해요. 그런 땅에 식물을 심으면 집중호우에도 잘 견뎌요. 배수가 안 되는 땅에서는 식물이 수세가 약해지면서 확 죽어버릴 확률이 아주 높아요”라며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토양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원사는 투수성, 통기성, 보수성이 좋은 토양의 떼알 구조에 관해 이야기했다. “토양 내 유기물이 없을 때 흙이 딱딱하게 뭉쳐요. 화학비료를 지나치게 사용했기 때문이죠. 미생물과 지렁이가 답인 것 같아요. 이 둘의 먹이인 유기물이 이론상으로 5% 이상이지만, 10%는 넘어야 한다고 봐요”

그러면서 그는 화학비료가 아닌 정원의 부산물들로 퇴비를 만들 것을 권했다. “지금 저희 정원 퇴비장에는 잘린 그라스부터 꽃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요. 다 퇴비로 만들어 사용해요. 정원의 남은 잔해들을 모아 퇴비로 사용할 수 있으니 퇴비장을 보면 뿌듯해요. 퇴비장을 만들어보세요”

사초 심기

3월의 정원은 얼고 녹기를 반복하던 늦겨울의 땅과 다르다. 이제야 정원사는 마음 편히 삽을 들 수 있다. 정원사는 정원교육생들에게 사초 식재에 대해 설명하며 “식물을 포트에서 뽑아 그대로 심으면 안 됩니다. 농장에서 식물을 코코피트에 심어서 유통되는데, 코코피트는 초기 생육에 좋으나 정원에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미생물이 붙어도 분해를 시키지 못해 과한 습도로 식물이 정원에서 뿌리를 뻗지 못하고 그대로 죽는 경우가 있어요. 반드시 코코피트를 털어내고, 심어야 해요. 그래야 활착이 잘 됩니다”라며, 털수염풀 식재 시범을 보였다.

3월 정원사의 머릿속은 온통 올해 정원을 빛낼 식물 구매 목록으로 가득 차 있을지 모른다. 그전에 먼저 땅을 들여다보자. 내가 가꿀 정원의 토양을 이해하고 살핀다면 곧 들이닥칠 폭우와 폭염에도 식물들이 잘 견디도록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대기중인 털수염풀과 은사초
대기중인 털수염풀과 은사초
김재용 정원사가 털수염풀 뿌리에 붙은 흙을 털고있다.
김재용 정원사가 털수염풀 뿌리에 붙은 흙을 털고있다.
실내로 들어온 봄
실내로 들어온 봄
3월 정원사가 그린 그림
3월 정원사가 그린 그림
물병에 흙을 넣고 흔들어 정원 토양을 분석해보자
물병에 흙을 넣고 흔들어 정원 토양을 분석해보자

 

김재용 정원사의 가든 팁 <정원의 토양>

1.빈 페트병에 흙을 반 이상 담고 물을 부어 흔들어보세요. 그렇게 가만히 두면 내 정원의 토양을 분석할 수 있어요. 가장 먼저 무거운 돌이나 모래가 가라앉겠죠. 유기물과 부엽토 층도 살펴볼 수 있어요. 배수를 위한 굵은 모래층이 충분한지 살펴보세요.

2. 이른 봄에 꽃피는 헬레보루스 같은 식물은 물 빠짐이 좋아야 해요. 식재하기 전에 깨진 벽돌을 아래 깔고 모래층을 만들어주세요. 그 위에는 유기질이 풍부한 부엽토가 습기를 머금게 합니다.

3. 다양한 멀칭에 도전해보세요. 정원에 멀칭은 필수입니다. 가뭄처럼 오랜 기간 비가 오지 않을 때, 볕에 땅에 온도가 높게 오르고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 주기 때문이죠.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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