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갤러리 내부 <사진 지재호>

“지금까지 조경 때문에 먹고 살았다. 아이들도 잘 키웠고, 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밑거름이 조경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회장이라는 직함보다 소장이라 불러줄 때가 제일 듣기 좋더라.”

 

박태영 한국조경사회 울산시회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서현개발(주) 사옥을 지난 2016년도에 문수산 자락 초입으로 이동했다. 도심을 벗어난 현 사옥 주변은 지나는 자동차소음 보다 사람들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한적한 곳이다.

1층은 S갤러리(서현개발의 영문 이니셜 ‘S’에서 가져왔다)로 24시간 누구나 방문할 수 있도록 오픈돼 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아무 조건 없이 전시장에 들어와 작품을 보고 각종 차를 마시며 쉬었다 갈 수 있도록 한 것은 남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작품관리, 위생관리, 보안관리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기적은 일어났다.

박 회장의 긍정적 사고와 추진력이 기적을 일으켰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처음 이곳으로 사옥을 옮긴 후 이웃들과 친해지기 위해 나름 고민을 했다.

‘우리동네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지역 주민들을 찾아가 그들이 살고 있는 또는 운영하고 있는 가게 앞에서 무료로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촬영한 것은 커다랗게 인화해 S갤러리 오픈을 할 때 정식 1호 전시를 진행한 것이다. 주민들을 모두 초대했고 그들과 친한 지인들도 함께 오라고 살갑게 다가갔다.

오픈식은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이를 계기로 지속적으로 유대관계를 맺었고 34가구의 주민(현 50가구)들과 밴드를 운영하며 소통하고 있다. 여기에 아이디어 공유를 할 정도로 가까운 이웃으로 간극을 좁혔다.

“이곳은 일반적인 동네와 달리 확장성이 없는 편이다. 때문에 문화를 가꿔가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얼마 전에 금계국과 코스모스 씨앗을 구입해 각자에게 나눠줬다. 자기 집 주변 화단에 뿌리라고 준 것이다. 많은 분들이 참여했는데 올 봄이 되면 정말 기가 막힌 꽃동네가 펼쳐질 것이다.”

박 회장이 생각하는 문화는 일반적인 문화를 동네에 접목하는 것이 아니다. 조경에 문화를 더 하거나 입히는 것이 목적이다.

▲ 박태영 한국조경사회 울산시회 회장 <사진 지재호 기자>

 

어느 누구에든 전시장은 개방돼 있다. 전시장을 못 구해 작품 전시를 하지 못하는 작가들에게 있을 수 없는 가격으로 공간을 대여해 준다. 대신 입장료는 없고 주민들이 언제든 쉬면서 작품을 볼 수 있게만 해 주면 된다.

이용하는 관람객들의 수준은 상상 이상이다. 1주일 또는 2주일에 한 번씩만 청소를 해도 될 만큼 깨끗하게 이용하는 것은 물론 훼손이나 작품 및 물품 도난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회장은 대학 재학생 때부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 어렵다는 필름 카메라를 공부하면서 필름 좀 날려먹은 사진 마니아였다.

지금도 사진 촬영을 위해 동호회원들과 함께 해외로 출사를 다니기도 한다. 이미 개인사진전도 3회 정도 했고 단체전시는 수시로 하고 있다.

인터뷰를 하면서 박 회장은 뭔가 떠 오른 듯 핸드폰에서 사진을 찾아 보여준다.

“5년 전까지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다. 그 때 제주도에 가족여행을 갔는데 습관적으로 필름을 냉장 보관하면서 그대로 잊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얼마 전에 알게 됐고 필름스캔으로 받아 핸드폰에 저장을 했다. 5년 전 사진을 이제야 꺼내봤는데 필름 사진이 주는 감동은 늘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그는 지금 사옥으로 이전하기 전 사무실 암실을 만들어 직접 사진 인화를 할 정도로 필름 카메라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그래서인지 디지털로 촬영된 사진보다 필름 사진에서 전달되는 거칠지만 녹아있는 시간의 자취가 담긴 추억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조경이 지금은 어렵지만 그래도 지나온 과정 속에서 좋은 시절도 있었다. 경제적 향상과 명성도 얻게 된 부분도 있다. 이제는 우리가 베풀어야 하는 시기다. 그 중 하나가 우리 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을 해야 한다고 본다.”

조경사회 울산시회가 결성된 모토를 상기하며 말하는 박 회장의 눈빛은 날카롭고 강건해 보였다.

특히 이제는 베풀어야 하는 만큼 봉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 중 조경을 가까이서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함에 있어 시민들이 다가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박 회장은 말한다.

“우리는 이제 희생을 해야 한다. 지난해 정원스토리 페어도 했지만 돈과 시간을 따지면 평가할 수 없다고 본다. 누가 하라고 하기보다 스스로해서 만족하는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버는 것보다 보람은 훨씬 더 큰 것이었기에 자랑스럽게 느낀다.”

필요한 곳에 기부와 공유하고, 같이 만들면서 땀을 흘렸기에 조경사회의 가치도 높아진다는 것을 박 회장은 말하고 있다.

▲ S갤러리 내부 모습 <사진 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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