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의 결혼사진.

조경인이라면 이런 ‘로망’ 가져볼 만 하다. 태어나 첫 떨림의 결혼식을 내가 손수 만든 공원에서 할 수 있다면…

그 꿈을 실현시킨 행운아가 있다. 바로 늘푸른조경개발(주) 윤금정 대표와 같은 회사 양영호씨가 주인공이다. 지역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만나 지금은 회사의 대표와 직원 관계로 발전했다. 그리고 이달 15일 그들이 손수 만든 공원에 화촉을 밝히고 결혼식을 올리겠다며 청첩장을 돌리고 있다.

이들의 결혼식장은 충북 영동군 용두공원이다. 영동읍 한복판에 있는 용두공원은 군민들의 대표 휴식처이자 문화공간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이곳 조경공사의 시공을 늘푸른조경개발(주)에서 맡았다고 한다. 둘은 땀 흘리며 멋진 공원을 조성하면서 남몰래 결혼식장으로 찜해 두었다.

이들의 상상력을 더 기발하게 보여주는 것은 ‘웨딩사진’이다. 직업의 특성을 맘껏 자랑하며 삽자루, 곡괭이를 들고 찍었다. 그 흔한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도 아닌 안전화각반에 작업복 차림으로 말이다.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결혼식에 임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예비신부 윤금정 대표는 “이 곳은 특별한 곳이다. 우리가 부지런히 가꾼 공원에서 새 출발을 알리는 혼인식을 하면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야외혼례장소로 선정하게 됐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윤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주)늘푸른조경개발은 충북 영동군에 소재하고 있으며, 조경식재공사업과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을 근간으로 전국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주춧돌과 정자 계자각에 대한 디자인등록증도 발급받았으며 조경시설물 공장 운영 및 시공까지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사실 아버지 윤성노 사장이 창업해서 일군 회사지만, 딸의 열정과 예비사위까지 합류하게 되면서 과감하게 경영을 물려주게 됐다고 한다. 그만큼 부모에게도 미더운 ‘조경 2세’다.

이들의 결혼이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9월 8일 (사)한국조경수협회(회장 이강대)가 주최한 1박 2일 워크숍 때 저녁 장기자랑 시간을 맞아 충북지회 대표 선수로 인기를 누렸던 것. 그 당시 많은 회원들이 예비부부의 첫 출발에 큰 박수를 보냈다.

조경인들끼리의 결혼식은 종종 있지만,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손수 만든 공원에서 첫 출발 한다는 장소성에 머물지 않는다. 매사 적극적으로 임하는 열정, 새로운 것에 두려워 않는 도전정신과 창의력, 그리고 조경에 대한 사랑이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힘들어하고 있는 요즘 윤 대표는 “조경 경기 침체로 많은 고민 속에 계신 것 같다. 현대는 조경의 중요성이 더욱 크게 강조되는 만큼 하루빨리 조경 경기가 회복되어 하나둘씩 행복한 고민으로 바뀌고 다 같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결혼식을 코 앞에 둔 신부의 메시지는 큰 울림과 함께 즐거운 위로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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